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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후기

2주년 결혼기념일 이벤트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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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3355033 작성일12-05-25 14:27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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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제 소개를 하겠습니다.
저는 남고출신 공돌이에
직업 특성상 매일 늦게까지 야근하고
퇴근 후 집에서 바로 기절하는 사람입니다.
 
주말에는 회사에서 살아남기 위해
되지도 않는 공부를 하며 집안일 및 아내에게 소홀하고
그나마 가끔씩 남는 시간은 술 마시는데 써버립니다.
 
남고에 공대출신이라서 그런 건지
그냥 제가 못난 건지
어려서부터 여자경험이 귀했었던 터라
감언이설로 여차저차 해서 사기결혼당한 와이프에게
아름다운 이벤트는커녕 비싼 가방도 못해준 남편입니다.
 
사랑해라는 말보다
오늘 야근이라는 말을 더 많이 하고
놀러가자는 말보다
이번 주말에는 나도 좀 쉬자라는 말을 더 많이 합니다.
 
한마디로 남의 딸 소중한줄 모르는 사람입니다.
 
이런 저에게 기회가 왔습니다.
사실은 위기가 왔습니다. 2주년 결혼기념일......
작년에는 뭘 했는지도 모를 정도로 사소하게 넘어가서 그런지 몰라도
올해는 뭔가 다른 모습을 아내에게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인터넷을 검색하고
친구들, 지인들에게 좋은 거 없냐고 수소문 하고
좋다는 거 다해보자!! 라는 심정으로 열심히 알아봤습니다.
 
같이 사는 여자한테 감동을 주기위해.....
 
이런 노력에 하늘도 감동한 건지
부질없는 노력하지 말고 이거 한번 해봐라 한지 몰라도
이곳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만의 노래.....
 
뭔가 좋다 싶었습니다.
 
먼저 머리가 굴러갔습니다.
녹음비용을 보니 매우 적정했습니다.
사실 이번에 멋진 이벤트를 하지 못하면 큰맘 먹고 비싼가방 하나 사주려고 했었습니다.
아내도 내심 그러길 바랐던 것 같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비싼 가방을 사지 않아도 될 상황이 생겼습니다.
 
바로 연락해서 녹음일정을 잡고 녹음실로 찾아갔습니다.
친절하셨고 탄탄한 실력에서 나오는 여유까지 느낄 수 있어서 믿음이 갔습니다.
저도 기타줄 갈아본 사람이지만 확실히 프로는 다르다는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간보러(?)간 자리에서 바로 OK!! 하고 작곡에 들어갔습니다.
제가 준비해 온 편지와 이런저런 에피소드들을 응용해서 가사를 만들고
작곡가분이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로 멜로디를 만들어 주셨습니다.
 
그리고 일단 1차녹음....
술 안 먹고 노래부른게 오랜만이어서 그런지 노래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후회가 되긴 합니다.... 맥주한잔 먹고 할걸....
무사히 첫 녹음을 마치고 집에 왔습니다.
하지만 작곡가분은 집에 못갔습니다. 죄송....
 
그리고 다음주에 2차녹음을 하러 갔습니다.
이건 뭐....
작곡가분이 노래를 정말 노래처럼 만들어 주셨습니다.
문제점은 제 노래밖에 없었습니다.
 
바짝 긴장하고 열심히 불렀습니다.
 
하지만
열심히 부른다고 다 잘되는건 아니죠.
 
또 망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집으로 가고
작곡가분은 또 집에 가지 못했습니다.
 
TV에서 보기만 했었는데 목소리가 삑사리 난곳의 주파수를 조정해서 음을 딱딱 맞추는걸
직접보니 신기했습니다.
 
아.... 이래서 돈주고 하는구나....
 
하지만 저는 돈 주고 못사는 것을 얻었습니다.
 
결론만 말씀드리자면
 
고가의 명품가방을 바라던 한 여자는
한 남자의 싸구려 MP3에 들어있던 음악파일에 눈물을 흘리며 쓰러졌습니다.
 
라붐에서 처럼 멋지게 이어폰을 씌워주지는 못했지만
소피마르소 보다 예쁘고 착한 아내에게
내가 만들고 내가 부른
우리의 노래를 들려준다는 사실에
저 또한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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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 끝나면 꼭 소주한잔 대접해드린다 했는데
먹고살기 힘들어 못 찾아가고 있습니다.
그날의 감동이 지금도 있어 집에 있는 기타도 C코드부터 다시 쳐보고 있습니다.
공연하시면 꼭 한번 불러주세요. 구경갈께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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